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성보
2009. 4. 19. 21:42
죽기 전에 새들은
날개가 처음 돋았던 시절을 기억했을까.
처음 비상을 할 때,
하늘을 우러르는 빛으로 솟아오르던
그 푸른 눈동자들을...
그리고 시간이 지나간 후,
날개가 꺾여 파르르 떨리던 그 순간이 왔을 것이다.
하지만 그 순간들이 있는 한,
죽음 역시 삶의 과정으로 존재하게 되는 것
태어난 새들은 어디서나 죽고 그러고 나면
다시 어린 새들이 태어나겠지.
흐린 이 가을날, 먼 곳 들판 한켠에서
엎드린 곤충들이 바싹바싹 말라가며 죽어가고 있고,
그 곁에 말갛게 씻은 참깨 같은 알들이 소복이 쌓여 있듯이....
이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단 한 가지의 진실은
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이다..
세상에,
이 세상에 단 한 가지쯤은 변하지 않고
늘 거기 있어주는 게 한 가지쯤 있었으면 했는데....
그게 사랑이든
사람이든 진실이든
혹은 내 자신이든....
공지영 /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중에서